휘트니 d

내가 살던 도시에서는 '별이 빛나는 밤에'가 지역방송으로 나왔는데 주말 공개방송만은 오리지널을 들을 수 있었다. "창 밖의 별들도 외로워 노래 부르는 밤, 다정스런 그대와 얘기 나누고 싶어요,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." 늘 라디오를 켜놓고 잠들던 중학생은 정동극장이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. 

종종 '별밤 뽐내기 대회'가 열리면, 노래를 참 잘 부르는 누나들이 있었다. 가끔은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출연자의 이름을 기억해두려고 했던 것 같다. 캄캄한 방에 누워 눈을 깜빡이며, 그들 중 누군가의 노래로, 휘트니 휴스턴의 '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'을 처음 들었다. 

학교에서 '보디가드'를 단체관람했을 때 왜 가지 않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. 제목이 유치해서 보기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. 중학생이었으니까. 다음날부터 아이들의 '앤 다-이야-'를 참 지겹게도 들었다.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찮게 써먹던. 그 영화는 아직도 보지 못했다. 

몇달전 도배를 하면서 배철수를 듣는데 잠깐 휘트니 내한공연 얘기가 나왔다. 기억나니, 옛날 문간방 세들어 살 때 주인집 첫째, 걔가 시집을 갔는데 그만 쯧쯧, 이모들 하는 그런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. 분명 나한테 잘해줬던 것 같은, 겨우 얼굴만 기억이 나는 그 누나. 

아침 신문에서 그녀의 부고를 전하는 헤드라인을 보았다. 내용은 나중에도 읽지 않으려고 한다. 대신 노래 몇 곡을 듣고 보디가드도 봐야겠다. 별이, 외로워서, 반짝이는 빛을 내며, 노래하는, 밤을 생각한다.

2012-02-1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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